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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유토피아 리븅

by 키덜트 재희 202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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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영화정보 포스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속에서 붕괴되지 않은 유일한 황궁아파트의 이상적인 세계를 비유한 것으로, 마치 전쟁 속의 벙커와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콘크리트 건물이 정말 이상적인 곳이었을까요? 콘크리트 자체는 이상적일 수도 있었을테지만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망이 이 곳을 지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줄거리(리뷰)와 결말(스포) 등과 함께 감상평이 같이 있다는 거~~

 

 

 

 

서울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모든 건물이 붕괴됐는데 유일하게 황궁아파트 라는 곳만 무너지지 않고 제 모습을 갖추고 있게 되었습니다.(일단 설정이 말이 안 되지만ㅋ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이 황궁아파트에는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아파트의 빈집에는 입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집이 없어져서 찾아온 사람들이었지요. 민성(박서준님)과 명화(박보영님)도 부부로서 이 집에 살고 있지요. 민성이 대출을 받아 장만한 집이지만 어엿한 집주인입니다.

 

박보영님은 그다지 예쁘지 않은 배역을 자주 맡는 것 같습니다. 예쁘지 않다기보다 그냥 수수하고 평범하거나 약간 궁상맞기도 한 배역들? 그런데 이런 역할들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진짜 박보영님의 모습은 그렇지 않잖아요? 별로 치장하지 않은 모습,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오기에 친근감이 들고 영화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ㅎ(지극히 개인적인 견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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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폐허가 됐지 때문에 식량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지만 이 둘은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량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입주민들은 무엇인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마치 남한산성에 갇힌 꼴이었으니까요.ㅎ 그래서 부녀회장의 진두지휘하에 조직을 꾸리게 됩니다. 방범대원이라는 조직체를 필두로 의무(방역)팀, 보급팀, 전기시설팀 등 입주민들은 다들 무엇인가 아파트와의 생존을 위해서 참여를 해야 했습니다.

 

 

 

그중에 영탁(이병헌님)이 거의 입주민의 만장일치로 입주민 대표로 선출되게 되고 아파트의 규칙을 만드게 됩니다. 영탁은 아파트의 화재가 났을 때 혼신을 다해 화재를 진압했던지라 입주민 모두가 이런 헌신적인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처음에는 부녀회장이 입주민들을 단합시키고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외부에서 식량 등을 구해오는 방범대원들의 입지가 커집니다. 이 방범대의 우두머리가 대표인 영탁이고요. 어쨌든 입주민들은 대부분 민주적으로 회의를 하고 결정을 했습니다.

 

 

 

영탁일행이(방범대) 보급품을 많이 구해오던 날 파티중에 영탁이 그 유명한 아파트 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쓸쓸한 너의 아파트~♪" 딱 여기 황금아파트에 걸맞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영탁은 사실 아파트의 입주민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다 지불했기에 당연히 입주민이였어야 하는데 사기를 당해 그 집에 살고 있던 사기꾼인 진짜 영탁을 죽이고 영탁 행세를 한 것이었죠.

 

사기에 의해 모든 것을 잃었던 영탁은 눈이 뒤집혀 진짜 영탁과 싸우게 되고 죽을 만큼 많이 맞은 진짜 영탁의 입속에 바둑알을 엄청 처넣어서 죽입니다. 분명 살기(분풀이?)가 어느정도는 줄어들었을텐데 죽이기까지 한 영탁의 내면에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본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살인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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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은 다수결로 입주민이 아닌 모든 사람을 내쫓았고, 외부(춥고 황폐한 바깥 도시)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아파트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런 과정과 방범대의 순찰 중에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죽는 일까지 발생을 합니다. 보다 못한 한 입주민은 "네들이 사람이냐?!"하면서 투신을 하죠.

 

아파트의 규칙은 사실 간단했습니다. '입주민이 아닌 사람은 아파트에 들어올 수 없다. 아파트 생활을 위해 입주민은 일을 해야 하고 차등으로 보급품을 받는다.' 아파트는 사유재산이고 자신들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 입주민들은 똘똘 뭉쳤던 것 뿐입니다. 그런데 아주 나쁜 인간들이 됐죠. 하지만 딱히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이기심과 욕망이 표출됩니다. 밖에는 사람들이 얼어죽기도 하고 있는데... 이런 전시와도 같은 상황에서 지들만 살겠다고 타인을 배척하는 입주민들.

 

입주민의 생각이 다 똑같을 수는 없기에 누군가는 자기 집에서 외부인들을 끌어 안고 싶기도 했지만 구성원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아파트(공동생활)에서의 규칙이니까요. 개인의 자율권을 무시한 거죠. 게다가 외부 사람들을 바퀴벌레 라고 부르면서 죽어가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못되먹은 입주민들은 과연 악마들일까요?

 

 

 

영화는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방범대가 밖에서 외부인(살아남은 자들)의 습격을 받아 돌아왔지만 부녀회장의 아들이 죽고 맙니다. 부녀회장은 대표인 영탁에게 그 책임을 묻고 영탁은 자괴감과 동시에 분노를 표출합니다. 사실 가장 나쁜 사람은 부녀회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범대는 언제라도외부에서 붕괴나 사고, 습격 등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군인같은 존재들이었죠.

 

조직을 만들게 의견을 모은 것도 부녀회장이었고 방범대가 입주민들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도 부녀회장이었습니다. 영탁은 원래 대표가 될 마음도 없었고 조직을 이끌 마음도 없었는데 부녀회장이 선동해서 입주민들의 투표로 대표가 된 것이었죠. 영탁은 그저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항상 앞에서 나섰습니다. 또한 영탁이 대표로서의 권력을 남용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영탁은 참 리더에 걸맞는 사람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저 독단적으로 행동한 게 아니라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규칙에 따라서 처리했으니까요. 다만 살인자였죠. 때문에 훌륭한 리더라 할지라도 영탁은 절대 훌륭할 수도 없을 뿐더러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반면에 부녀회장은 이기심과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날 영탁의 옆집에 살던 혜원이 아파트를 찾아옵니다. 혜원은 입주민이었기에 모두가 반기지만 혜원 자신은 이 아파트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옆집에 살던 영탁이 진짜 영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죠. 혜원은 명화에게 이 얘기를 들려줍니다. 영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명화는 영탁의 진실을 찾고자 혜원과 함께 영탁의 집을 조사하게 되죠.

 

 

 

혜원과 명화는 영탁의 집에서 시체(진짜 영탁)를 발견하고 되고 이를 입주민 모두에게 폭로합니다. 그래서 영탁은 입주민들에게 내몰리는 상황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탁이 혜원에게 앙심을 품고 혜원을 낭떠러지(?)로 밀쳐서 죽게 만듭니다. 영탁의 두 번재 살인인 거죠. 사기 때문에 살인을 한 것은 그나마 동기라도 있었지만 이번 건 동기도 없습니다. 그냥 죽인 거죠. 영탁은 이제 진짜 악마가 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명화가 꼭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명화는 마음이 곱고 약한 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비해 행동하는 것이 적습니다. 혼자만 생각할 게 아니라 조직(입주민)을 그렇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영탁의 뒤를 캔 것도 사실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영탁이 살인자였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혜원과 같이 살인자의 집을 조사한다? 그러다가 죽임을 당하기라도 하면요? 홀로 남겨질 남편 민성은 생각 안 합니까? 혜원은 또 무슨 잘못입니까? 분명 정의로운 일을 했지만 성급한 면이 있었고 이 일 하나로 조직체계, 즉 사회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바깥세상에 살고 있던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향해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서죠. 입주민들은 모두 뭉쳐서 다시 그들을 저지합니다. 살고 죽고의 문제. 말 그대로 전쟁과 다름 없습니다. 외부인들은 꼭 저렇게 아파트의 사람들을 해치면서까지 아파트를 차지해야 했을까요? 여기서 또 이기심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폭동(?)의 원인이 외부인을 배척했던 입주민들의 탓은 아니었을까? 맞습니다. 입주민 뿐만 아니라 바깥 외부인들을 포용해서 함께 공생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죠.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과연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그들은 그런 공생을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반대의 상황에서 아파트를 공격하지 않았을까요? 사람의 이기심과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나는 안 그럴텐데..." 아니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영탁은 또 최전방에서 외부인들을 막습니다. 총으로 사람들을 쏘죠. 이건 전쟁이니까요. 죽는 모습이 나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과다출혈로 집에 가서 죽었을 것입니다. 영탁의 모습은 어찌보면 영웅과 비슷하게 비치기도 합니다. 영탁은 자신을 위해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죗값은 받아야겠죠? 잘 죽였습니다.ㅎㅋ

 

 

 

민성과 명화는 외부인들의 공격에 대항하다가 아파트 밖으로 피신을 합니다. 달아나는 이 두 사람은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해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분명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맞아 죽고 있는 입주민들을 뒤로 한 채 살려고 도망간 걸로 비칠 수도 있죠.

 

 

 

상처가 심했던 민성은 바깥의 한 부서진 성당(?)에서 끝내 숨을 거둡니다. 명화는 슬퍼하죠. 입주민들이 싫었다면 그 공동생활(조직)이 정말 지옥같았다면 일이 커지기 전에 아파트를 그냥 나오면 되지 않았을까요? 명화도 바깥세상에 두려움이 있었던 겁니다. 공산주의가 싫으면 그리고 그 나라에서 나갈 수 있으면 그냥 나가면 되는 일인데... 또는 공산주의를 바꾸면 되는데(이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명화는 어느 쪽도 아니었습니다.

 

명화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명화는 분명 좋은 사람입니다. 착한 사람이죠. 하지만 이 세상은 정의롭거나 착한 사람만을 필요치 않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발전을 못하고 전전긍긍한 삶을 살고 있죠. 영화가 이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착하기만 하면 안 됩니다.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강해지고 나면 착한 마음이 처음처럼 그대로 있기가 어려워지죠.

 

 

 

홀로 남은 명화에게 바깥세상에 살아남은 아주머니들이 먹을 것을 나누어 줬습니다.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알고 보니 바깥세상도 살만한 세상이었던 겁니다.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정이 많다는 느낌? 명화는 이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진작 나올 걸... 바깥세상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 걸..."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콘크리트]는 현실이면서, 무생물입니다. 그리고 [유토피아]는 이상이면서, 무생물일 수도 생물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콘크리트는 유토피아가 될 수 없습니다. 콘크리트는 꽉 막혀있죠. 움켜쥐고 있고 견고하고 탄탄합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어디에든 존재하며 트여있고 부드럽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물론 건물이니까 콘크리트가 맞는데... 그런 의미는 아니고욤ㅎ;;)

 

만약 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굳이 아파트에 연연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차피 아파트에서 식량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옷만 두툼하게 입고 불만 피우면 얼어죽지 않습니다. 허물허진 곳들에서 식량 등을 구하면서 들판이나 강가로 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대부분 이런 생각들이시죠?ㅎ) 입주민들이 조직을 구성한 것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동시에 자신들만 살 길을 찾은 것이고 투표로 인해 대표를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를 원망합니다. 꼭 우리나라 같지 않습니까? 내 것만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지했으면 그 사람을 욕할 자격도 없는 것입니다.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콘크리트에도 존재할 수 있죠. 유토피아를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사람(마음)입니다. 허물어진 판잣집이라고 해서 꼭 유토피아가 없는 것이 아니고, 강남의 아파트라고 해서 꼭 유토피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끝.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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